2014년 택배 경쟁, 더 치열해진다 | 대다수 택배업체, 터미널 확대…물량 쟁탈전 예상 |
업체 간 경쟁이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한 곳이 바로 택배업계다. 그런데 택배업체 간 경쟁이 내년부터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주요 택배업체들이 내년 또는 내후년을 목표로 대규모 택배터미널 신축을 추진함에 따라 터미널 오픈 전부터 업체 간 물량 쟁탈전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택배업체들은 증가하는 물동량에 대비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최적화된 택배터미널을 확보하고자 하지만, 늘어난 처리 능력만큼 물량 확보에 대한 부담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규모 시설투자 대비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물량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확보해야만 한다.
터미널 1곳에서 일평균 20만 개를 처리하던 택배업체가 20만 개의 처리 능력을 갖춘 터미널을 1곳 더 추가할 경우 최소 10만 개 이상의 물량을 더 확보해야만 운영상의 적자를 메꿀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투자대비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터미널을 최대한 많이 활용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업체들 간 물량 확보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택배 전문가는 “택배업체 입장에서는 하루 발생한 물량이 1천 개든, 10만 개든 터미널을 돌릴 수밖에 없다. 기왕 운영할 바엔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해 최대 물량을 처리하는 게 효과적이다. 터미널 증가는 곧 업체 간 경쟁이라는 등식을 성립시키는 이유 중 하나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한진, 현대택배 등 대규모 신축 터미널 준비 중 올해부터 향후 1~2년 사이 대규모 택배터미널을 오픈할 계획을 갖고 있는 업체로는 CJ대한통운, 한진, 현대로지스틱스, 우체국, 동부택배, 경동택배, 합동택배, KGB택배 등을 꼽을 수 있다.
대전 문평동 터미널을 일부 증축한 CJ대한통운은 최근 경기도 광주 지역에 메가 허브 터미널을 신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번에 신축될 CJ대한통운 광주터미널은 일평균 최대 120만 개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질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최근 자동화설비 업체들로부터 견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 터미널은 현재 대전 문평동 허브터미널의 처리능력이 80만 개 수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규모로, CJ대한통운의 메인 허브 터미널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 역시 서울 장지동 물류단지에 동남권 택배터미널을 오픈할 예정이다. 2015년 초에 오픈 예정으로,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된다.
올 하반기 군포복합물류단지 내 신축 터미널 오픈을 준비 중인 현대로지스틱스 역시 한진과 함께 장지동 물류단지에 택배터미널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이미 오래 전 김포물류단지에 부지를 확보한 경동택배와 합동택배는 최근 신축 터미널에 대한 건축설계를 마쳤다. 내년 말경에 완공할 예정이다.
별도의 택배전용 터미널을 짓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우체국은 이미 대전 지역에 부지를 확보한 상황이며, 기획재정부 등의 승인이 떨어지면 바로 신축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KGB택배는 최근 안성터미널을 오픈했으며, 동부택배는 청원 지역에 허브터미널이 들어설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시 다발적 오픈, 오히려 역효과 볼 듯 지난 몇 년 간 택배업체들은 터미널 확대에 소극적이었다. 대규모 확장보단 기존 터미널을 일부 증축하거나 소규모 터미널을 추가로 확보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진행하고 있는 택배업체들의 계획을 보면 그 규모가 상당히 크다. 더욱이 오픈 시기가 비슷할 것으로 예상돼 경쟁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택배업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신축 택배터미널의 처리 능력을 모두 합하면 일평균 300만 개 수준으로, 연간 약 9억 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체 택배물량(2012년 기준 14억 개)의 60%에 해당하는 규모로, 동시 다발적인 택배터미널 오픈은 오히려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연간 물동량 증가 추세가 10%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크게 지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으며, 이로 인한 택배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택배 전문가는 “택배업체 입장에서는 성장성과 운영 효율성 등을 고려해 대규모 택배터미널을 짓기로 결정했겠지만, 전체 시장을 놓고 봤을 때에는 현 물량 대비 너무 큰 규모의 택배터미널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이는 업체들 간 경쟁을 부추기고, 경쟁에서 도태되는 업체는 결국 퇴장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